도넛은 미국식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로,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감성 디저트로 재조명되며 수많은 수제 도넛 전문점이 등장했다. 바삭하고 쫄깃한 도넛에 다양한 크림이나 토핑을 얹은 ‘크림 도넛’이 유행하면서 MZ세대의 SNS 감성을 자극했고, 수제 감성에 집중한 브랜드들이 단기간에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빠른 폐업도 이어지고 있으며, 도넛 전문점은 실제로 외식업 내에서 폐업률이 높은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본문에서는 도넛 전문점의 구조적인 리스크와 폐업 원인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을 제시한다.
도넛 전문점 폐업률 상승 배경과 구조적 문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도넛 전문점의 최근 3년간 폐업률은 38~44%에 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수익 구조의 한계다. 도넛은 1개당 판매 가격이 2,500~4,500원 수준으로 단가가 낮고, 포션당 마진 확보가 쉽지 않다. 여기에 원가율이 40~55%를 넘는 경우도 많아 고정비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판매량이 요구된다.
둘째, 고정비 대비 회전율이 낮다. 수제 도넛은 공정이 길고 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느리고, 하루 판매 가능한 수량이 제한된다. 셋째, 보관이 어렵고 유통기한이 짧다. 도넛은 당일 생산·판매가 기본이며, 하루만 지나도 품질이 크게 저하되어 폐기율이 높아진다. 넷째, 차별화 실패다. 도넛 전문점이 급증하면서 토핑이나 필링 구성이 유사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생겼다.
실제 폐업 사례와 반복되는 리스크
서울 이태원의 도넛 전문점 A는 크림 도넛으로 입소문을 타고 오픈 초반 대기 줄까지 형성됐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주방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면서 단골 확보에 실패했다. SNS 사진과 실물의 괴리가 반복되며 리뷰 악화로 이어졌고, 매출 하락과 동시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했다.
부산 해운대의 프랜차이즈 도넛 매장 B는 가맹 본사의 획일적인 메뉴 구성과 높은 로열티 부담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웠다. 지역 소비자에게는 지나치게 단맛 위주의 도넛 구성으로 피로감을 주었고, 배달 확장도 어려워 점점 매출이 줄며 폐점을 결정했다. 대전 은행동의 도넛 카페 C는 SNS 비주얼 마케팅에는 성공했지만, 도넛 외 메뉴 구성 부족과 커피 품질 미비로 추가 매출이 부족했고, 계절별 매출 편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도넛에 대한 기대치 진화
과거 도넛은 저렴하고 배부른 간식으로 인식되었지만, 현재는 감성 소비와 가치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도넛의 ‘달콤함’보다 ‘브랜드 스토리’, ‘건강 정보’, ‘SNS 공유 가능성’, ‘가격 대비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한다. 특히 고당분·고칼로리 이미지로 인해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층의 선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사진과 실물의 비주얼 차이, 포장 상태, 먹었을 때의 식감, 후속 응대 여부까지가 브랜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예쁜 도넛’에만 반응하지 않으며, 실제 경험이 만족스러워야만 반복 소비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메뉴의 퀄리티 유지, 리뷰 대응, 구성 다양성, 건강성 고려가 필수적인 운영 요소가 되었다.
전문가 의견: “도넛은 감성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디저트 브랜드 기획 전문가 김유진 대표는 “도넛 전문점은 단순히 감성 콘텐츠로 운영되는 업종이 아니라, 생산 시스템과 고객 관리 체계가 철저히 병행돼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도넛은 매일 만들고 매일 팔아야 하는 제품인데, 생산량 예측과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손실이 바로 적자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또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맛은 평준화되었다. 이제는 리뷰 관리, 고객 커뮤니케이션, 한정판 전략, 그리고 온라인 유통 역량이 브랜드 생존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도넛 전문점 생존 전략과 운영 방안
첫째, 시그니처 도넛 중심의 메뉴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도넛을 잘 만들기보다는 하나의 독보적인 메뉴를 만들어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야 한다. 예: 초코크림 인절미 도넛, 비건 애플시나몬 도넛 등. 둘째, 당일 생산량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율을 낮춰야 한다. POS 데이터 분석, 시간대별 판매 패턴 등을 활용한 예측 운영이 필수다.
셋째, 리뷰 기반 고객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리뷰에 빠르게 응답하고, 개선 사항을 공유하며, 재구매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면 충성 고객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넷째,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 라인업이 필요하다. 저당 도넛, 글루텐 프리 도넛, 오븐 베이크 방식 등으로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다섯째, 커피·음료와의 세트 메뉴 구성으로 객단가를 상승시켜야 한다. 도넛 단품 구조는 한계가 뚜렷하므로 연계 판매 전략이 필수다. 여섯째, SNS 콘텐츠는 제작 과정과 후기 중심으로 운영하며, 고객 리뷰 재게시, 이벤트 참여 유도 등을 통해 자발적 콘텐츠 생성(UGC)을 확대해야 한다.
도넛 전문점은 감성 디저트의 대표주자이자, 동시에 가장 운영이 까다로운 업종이다. 예쁘기만 한 도넛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제품력, 운영 시스템, 리뷰 관리, 브랜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에만 도넛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